자잿값·환율 치솟아 수출입 업체 피눈물
도내 중소기업들 직격탄
물류비용 등 급증 이중고
해외 유학생 생활고 걱정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도내 수출·수입업체들은 고환율 직격탄을 맞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상승한 1,306.3원에 마감했다. 장 중에는 1,311.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고환율 사태에 도내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크다. 해외에서 황태, 명태 등을 수입해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정모(57·춘천시 동면)씨는 지난달 영업이익이 2019년 동월과 비교해 70% 이상 줄었다. 정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재료 가격이 뛴 지 얼마 되지 않아 환율까지 오르니 정말 힘이 든다”며 “환율이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어 대응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물류비가 오르며 해외로 물건을 내보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강원유통업협회의 경우 올 5월 회원사들의 제품을 실은 컨테이너 1개(20피트)를 LA까지 보내는 비용으로 1만6,000달러 견적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선적을 진행하려 했으나, 견적 당시 1,900만원이었던 물류비가 2,200만원까지 뛰며 결국 포기했다.
환율 상승세는 해외 유학생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난 심모(29)씨는 “환율이 15% 정도 오르며 부모님이 주신 생활비만으론 생계가 어려워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모(여·28)씨는 “환율 급등으로 1년 사이 학비가 1,000만원 가까이 뛰었다”며 “유학 준비 기간 모은 적금이 부족해져 대출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환율 비상…수출 채산성 맞추려면 “1200원대”
1300원 웃도는 환율…하반기 경영리스크로 급부상
환율이 6일 들어 한때 1310원을 돌파하면서 하반기 경영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 대상 조사에서 나온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맞는 환율 수준보다 100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최근 전경련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 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반기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원달러 환율 수준은 1206.1원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13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수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침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어서, 고환율 추이가 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우려된다. 응답기업의 40%는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 답한 반면, 개선될 것이란 응답은 18%에 그쳤다. 42%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는 원유·광물·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39.8%)이 첫손에 꼽혔고, ▲해운 운임 증가 등 물류비 상승(31.5%)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이자비용 상승(15.7%)이 뒤를 이었다. 수입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생산원가의 상승이 수출 채산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환율이 겹쳐 수입가격 상승 압력을 높인다면, 수출 채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진다.
◇환율 리스크…2분기 비해 급상승=이에 따라 기업들의 환율관리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수출기업들 사이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를 3분기 수출 시 어려운 점으로 꼽는 응답이 2분기보다 급증했다. <사진=뉴시스>
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6월 중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최우선 경영전략에 대해 ‘경영내실화(비용 절감, 사업구조조정 등)’라는 응답이 36.2%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경영리스크 관리(환율 변동 등)’가 19.2%로 뒤를 이었다.
상반기 겪은 애로요인과 하반기 예상되는 어려운 점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상반기 62.6%, 하반기 58.8%)이 첫 손에 꼽힌 점도 급등하는 환율추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 해외 요인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가운데,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수입 측면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2022년 3/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무역협회 회원사 1301곳을 대상으로 6월 중 이뤄진 조사결과, 수출 시 어려운 점 조사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응답은 32.7%에 달했다. 특히, 2분기(22.5%)보다 10.2%p 상승하며, 모든 요인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가 수출기업에 추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환율방어 총력에 외환보유고도 감소=외환당국인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율방어에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외환보유액은 4383억 달러로 5월말(4477억 달러)보다 94억 달러 감소했다. 감소폭은 2008년 11월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한은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및 금융기관 예수금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말 4631억 달러에 달했으나, 올해 5월까지 154억 달러 감소한데 이어 6월말 기준으로도 급감했다. 외환보유액 자체는 5월말 기준으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외환을 투입하는 환율방어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지난 6월23일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구두개입에 나섰다. 추 부총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시 시장안정 노력을 실시하는 한편,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개입에도 1300원대를 오르내리던 환율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6일 장중 한때 1310원을 돌파하며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때까지 한미 통화스와프를 비롯한 환율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자잿값·환율 치솟아 수출입 업체 피눈물
도내 중소기업들 직격탄
물류비용 등 급증 이중고
해외 유학생 생활고 걱정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도내 수출·수입업체들은 고환율 직격탄을 맞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 상승한 1,306.3원에 마감했다. 장 중에는 1,311.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고환율 사태에 도내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크다. 해외에서 황태, 명태 등을 수입해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정모(57·춘천시 동면)씨는 지난달 영업이익이 2019년 동월과 비교해 70% 이상 줄었다. 정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재료 가격이 뛴 지 얼마 되지 않아 환율까지 오르니 정말 힘이 든다”며 “환율이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어 대응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물류비가 오르며 해외로 물건을 내보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해서다. 강원유통업협회의 경우 올 5월 회원사들의 제품을 실은 컨테이너 1개(20피트)를 LA까지 보내는 비용으로 1만6,000달러 견적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선적을 진행하려 했으나, 견적 당시 1,900만원이었던 물류비가 2,200만원까지 뛰며 결국 포기했다.
환율 상승세는 해외 유학생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난 심모(29)씨는 “환율이 15% 정도 오르며 부모님이 주신 생활비만으론 생계가 어려워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모(여·28)씨는 “환율 급등으로 1년 사이 학비가 1,000만원 가까이 뛰었다”며 “유학 준비 기간 모은 적금이 부족해져 대출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환율 비상…수출 채산성 맞추려면 “1200원대”
1300원 웃도는 환율…하반기 경영리스크로 급부상
환율이 6일 들어 한때 1310원을 돌파하면서 하반기 경영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 대상 조사에서 나온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맞는 환율 수준보다 100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환율 리스크…2분기 비해 급상승=이에 따라 기업들의 환율관리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6월 중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최우선 경영전략에 대해 ‘경영내실화(비용 절감, 사업구조조정 등)’라는 응답이 36.2%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경영리스크 관리(환율 변동 등)’가 19.2%로 뒤를 이었다.
상반기 겪은 애로요인과 하반기 예상되는 어려운 점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상반기 62.6%, 하반기 58.8%)이 첫 손에 꼽힌 점도 급등하는 환율추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 해외 요인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가운데,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수입 측면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2022년 3/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무역협회 회원사 1301곳을 대상으로 6월 중 이뤄진 조사결과, 수출 시 어려운 점 조사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응답은 32.7%에 달했다. 특히, 2분기(22.5%)보다 10.2%p 상승하며, 모든 요인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가 수출기업에 추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환율방어 총력에 외환보유고도 감소=외환당국인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율방어에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외환보유액은 4383억 달러로 5월말(4477억 달러)보다 94억 달러 감소했다. 감소폭은 2008년 11월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한은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및 금융기관 예수금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말 4631억 달러에 달했으나, 올해 5월까지 154억 달러 감소한데 이어 6월말 기준으로도 급감했다. 외환보유액 자체는 5월말 기준으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외환을 투입하는 환율방어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지난 6월23일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구두개입에 나섰다. 추 부총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시 시장안정 노력을 실시하는 한편,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개입에도 1300원대를 오르내리던 환율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6일 장중 한때 1310원을 돌파하며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때까지 한미 통화스와프를 비롯한 환율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