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구난' 산업 붐...물류병목 속 방치된 화물 처리 급증
전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방치된 컨테이너들이 급증하면서 이를 처리하는 이른바 '화물구난(cargo salvage)' 산업이 붐을 타고 있다.
운송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컨테이너 속에서 농산물이 썩고, 항구는 방치된 컨테이너들로 인해 새로 하역할 장소를 찾지 못하는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화물구난 업체들 귀하신 몸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이하 현지시간)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화물구난 업체들이 물류 병목현상 속에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치되거나, 화주가 인수를 포기한 컨테이너, 또는 인도가 지연된 컨테이너들이 주요 항구를 가득 채우면서 화물구난 업체들이 바빠지고 있다.
영국 화물구난·재고인수 업체인 JS글로벌의 제이크 슬린 이사는 "말도 안되게 바빠졌다"면서 "많은 이들이 파산하고, 화물 인도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린은 항구에서 제 때 컨테이너를 인수하지 못하면 매일 막대한 보관료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화물구난 산업의 정확한 규모와 이들이 인수한 화물을 판매하는 시장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물류병목 현상으로 인해 제때 운송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하거나, 재판매돼야 할 화물이 급증하고 있어 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항만적체로 하역기간 약 2배 급증
물류 병목현상은 극심하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아시아 수출업체들이 수출을 하면 유럽이나 미국 항구에 60일도 안 돼 컨테이너가 들어갔지만 지금은 100일 넘게 걸린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항구에 도착해서도 하역 순서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고, 항구에 하역된 뒤에도 항구에서 한참을 머물러야 한다. 이를 운송할 대형 컨테이너트럭 운전사 부족, 또 각 창고의 여유공간 부족 등으로 인해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산품의 경우 이러다가 썩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경매업체들도 호황
화물구난 업체들이 방치된 컨테이너를 인수하기로 하면 이는 경매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된다.
덕분에 경매 플랫폼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화물구난 업체들로부터 나온 물품들을 재판매하는 온라인 경매사이트 샐벡스(Salvex)의 찰리 윌슨 최고경영자(CEO)는 철 지난 제품들과 산업 부품들은 크게 묶어 블록세일로 팔린다면서 "붐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에 물류 병목현상 허리케인이 몰아친 것 같다면서 케냐, 로스앤젤레스, 유럽 전역에서도 같은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윌슨은 자사 플랫폼에서 구난된 화물 공급이 1년 전보다 약 15%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 화물구난은 '도박'
그러나 화물구난 업체들이 큰 돈을 만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방치된 컨테이너를 인수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선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울 때도 있고, 품질이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샐벡스의 슬린은 버려진 화물을 인수하는 것은 도박이 될 수도 있다면서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면 인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기 수출업자들이 보낸 가짜 마스크,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배추, 타이어 등이 실린 컨테이너 수천개를 인수했다가 다 폐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 팬데믹 이후 길거리 노점상부터 개별 도매상들이 온라인 소매업체 붐 속에 자취를 감춰 제품들을 처리할 루트가 크게 좁아졌다.
온라인 소매업계의 공룡 아마존이 구난된 화물 인수에 나서면서 화물구난 업체들의 마진도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 6개월 연속 감소
세계 주요 항만의 물류 적체 현상에 따른 ‘인천항 패싱’이 주요 원인
최근 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되는 등 전 세계 주요 항만에서의 적체 현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천항 물동량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올해 6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매달 지난해 같은 달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비중이 60% 안팎으로 절대적인 인천항의 특성이 ‘리스크’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6∼11월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모두 163만749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2만6039TEU보다 5.5%(9만5290TEU) 가량 적다. 올 들어 5월까지는 중국의 수출입 경기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많았으나 6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천항의 물동량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세계 주요 항만의 물류 적체 현상에 따른 ‘인천항 패싱’이 꼽힌다. 물류 적체로 화물을 실을 선박이 부족해지자 중국 등 다른 국가의 화주들은 높은 운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컨테이너선이 인천항을 지나치는 대신에 다른 항구에 기항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항과 뱃길로 연결된 중국과 동남아 지역 항만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폐쇄되거나 정상 운영되지 못하면서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6∼11월 인천항에서 처리된 중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99만2098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만3316TEU에서 6.7%(7만1218TEU)나 줄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선사 입장에서는 중국 화주들이 많은 운임을 제시하면 인천항을 지나칠 수밖에 없다”며 “인천항을 들리는 시간을 절약해 다른 항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천항의 화물 처리가 일부 차질을 빚으면서 수도권 지역의 수출기업은 물류난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인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인천 지역 수출기업 12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31.7%가 ‘해운·항공 운임 급등’을 물류 관련 어려움으로 꼽았다.
선박 확보 곤란(18.2%), 해외 항만 적체에 따른 운송 지연(16.3%), 컨테이너 확보 곤란(13.5%)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기업도 많았다. 수도권 수출기업은 인천항에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는 빈도가 낮아지자 부산항으로 보내는 화물의 비중을 높이는 모습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최근 국내 해운선사를 직접 접촉해 동남아시아 등지를 연결하는 임시 운항 선박 2대를 투입했으나 물류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인천 지역의 건설장비 수출기업의 관계자는 “해상 운임을 올려주겠다고 포워더(운송대행업체)에 연락해도 선박 확보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온다”며 “해상운임이나 컨테이너선 확보 등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화물 구난' 산업 붐...물류병목 속 방치된 화물 처리 급증
전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방치된 컨테이너들이 급증하면서 이를 처리하는 이른바 '화물구난(cargo salvage)' 산업이 붐을 타고 있다.
운송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컨테이너 속에서 농산물이 썩고, 항구는 방치된 컨테이너들로 인해 새로 하역할 장소를 찾지 못하는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화물구난 업체들 귀하신 몸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이하 현지시간)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화물구난 업체들이 물류 병목현상 속에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치되거나, 화주가 인수를 포기한 컨테이너, 또는 인도가 지연된 컨테이너들이 주요 항구를 가득 채우면서 화물구난 업체들이 바빠지고 있다.
영국 화물구난·재고인수 업체인 JS글로벌의 제이크 슬린 이사는 "말도 안되게 바빠졌다"면서 "많은 이들이 파산하고, 화물 인도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린은 항구에서 제 때 컨테이너를 인수하지 못하면 매일 막대한 보관료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화물구난 산업의 정확한 규모와 이들이 인수한 화물을 판매하는 시장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물류병목 현상으로 인해 제때 운송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하거나, 재판매돼야 할 화물이 급증하고 있어 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항만적체로 하역기간 약 2배 급증
물류 병목현상은 극심하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아시아 수출업체들이 수출을 하면 유럽이나 미국 항구에 60일도 안 돼 컨테이너가 들어갔지만 지금은 100일 넘게 걸린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항구에 도착해서도 하역 순서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고, 항구에 하역된 뒤에도 항구에서 한참을 머물러야 한다. 이를 운송할 대형 컨테이너트럭 운전사 부족, 또 각 창고의 여유공간 부족 등으로 인해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산품의 경우 이러다가 썩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경매업체들도 호황
화물구난 업체들이 방치된 컨테이너를 인수하기로 하면 이는 경매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된다.
덕분에 경매 플랫폼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화물구난 업체들로부터 나온 물품들을 재판매하는 온라인 경매사이트 샐벡스(Salvex)의 찰리 윌슨 최고경영자(CEO)는 철 지난 제품들과 산업 부품들은 크게 묶어 블록세일로 팔린다면서 "붐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에 물류 병목현상 허리케인이 몰아친 것 같다면서 케냐, 로스앤젤레스, 유럽 전역에서도 같은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윌슨은 자사 플랫폼에서 구난된 화물 공급이 1년 전보다 약 15%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 화물구난은 '도박'
그러나 화물구난 업체들이 큰 돈을 만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방치된 컨테이너를 인수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선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울 때도 있고, 품질이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샐벡스의 슬린은 버려진 화물을 인수하는 것은 도박이 될 수도 있다면서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면 인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기 수출업자들이 보낸 가짜 마스크,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배추, 타이어 등이 실린 컨테이너 수천개를 인수했다가 다 폐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 팬데믹 이후 길거리 노점상부터 개별 도매상들이 온라인 소매업체 붐 속에 자취를 감춰 제품들을 처리할 루트가 크게 좁아졌다.
온라인 소매업계의 공룡 아마존이 구난된 화물 인수에 나서면서 화물구난 업체들의 마진도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 6개월 연속 감소
세계 주요 항만의 물류 적체 현상에 따른 ‘인천항 패싱’이 주요 원인
최근 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되는 등 전 세계 주요 항만에서의 적체 현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천항 물동량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올해 6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매달 지난해 같은 달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비중이 60% 안팎으로 절대적인 인천항의 특성이 ‘리스크’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6∼11월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모두 163만749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2만6039TEU보다 5.5%(9만5290TEU) 가량 적다. 올 들어 5월까지는 중국의 수출입 경기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많았으나 6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천항의 물동량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세계 주요 항만의 물류 적체 현상에 따른 ‘인천항 패싱’이 꼽힌다. 물류 적체로 화물을 실을 선박이 부족해지자 중국 등 다른 국가의 화주들은 높은 운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컨테이너선이 인천항을 지나치는 대신에 다른 항구에 기항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항과 뱃길로 연결된 중국과 동남아 지역 항만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폐쇄되거나 정상 운영되지 못하면서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6∼11월 인천항에서 처리된 중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99만2098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만3316TEU에서 6.7%(7만1218TEU)나 줄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선사 입장에서는 중국 화주들이 많은 운임을 제시하면 인천항을 지나칠 수밖에 없다”며 “인천항을 들리는 시간을 절약해 다른 항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천항의 화물 처리가 일부 차질을 빚으면서 수도권 지역의 수출기업은 물류난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인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인천 지역 수출기업 12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31.7%가 ‘해운·항공 운임 급등’을 물류 관련 어려움으로 꼽았다.
선박 확보 곤란(18.2%), 해외 항만 적체에 따른 운송 지연(16.3%), 컨테이너 확보 곤란(13.5%)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기업도 많았다. 수도권 수출기업은 인천항에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는 빈도가 낮아지자 부산항으로 보내는 화물의 비중을 높이는 모습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최근 국내 해운선사를 직접 접촉해 동남아시아 등지를 연결하는 임시 운항 선박 2대를 투입했으나 물류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인천 지역의 건설장비 수출기업의 관계자는 “해상 운임을 올려주겠다고 포워더(운송대행업체)에 연락해도 선박 확보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온다”며 “해상운임이나 컨테이너선 확보 등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